바람에 스친 그리움

드높은 가을 하늘은

구름이 한 점도 없이 새파랗다

허수아비를 뒤흔들며 노래하는 애들의 소리

논 쪽으로 전해 들어온다

죽을 때까지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 그리움이......


보슬비가 내리던 한적한 마을

산나물을 잘 먹는 아이들이

오늘 또

산나물을 뜯으러 간다

밤늦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연기가 무럭무럭 오르는 수제비 한 그릇

방안으로 들여 온다

죽을 때까지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 그리움이...


달 그림자 샘에 오를 때

별로 가득찬 까만 밤 하늘에

반짝반짝 빛난다

하나,둘,셋,넷

손꼽아 별 세며 각자 지붕 위에 누위 있는

아이들이 아직도 생각만 해도

눈웃음이 절로 난듯이

죽을 때까지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 그리움이


그 그리움이

나의 어린 시절

아직도 숨쉬는 것 같이

멀고 먼 하늘 어느 구석에 기다리고 있으리라

죽을 때까지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리움에 바람이 스쳐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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