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와 日月은 萬象의 大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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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天地)와 일월(日月)은 만상(萬象)의 대종(大宗)

 

그러면 역학(易學)은 지잡(至雜)․지동(至動)하는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속에서 특(特)히 어떠한 상(象)을 취(取)하여 인생사회(人生社會)의 생존법칙(生存法則)을 삼은 것인가 하면,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조직(組織)되고 운행(運行)하는 형태(形態)에는, 기(奇)와 우(偶), 강(剛)과 유(柔), 남(男)과 여(女), 주(晝)와 야(夜), 한(寒)과 서(暑), 상(上)과 하(下), 진(進)과 퇴(退) 등(等), 어느 것이 음성(陰性)과 양성(陽性)으로 대대(對待)되지 아니한 것이 없음으로 역학(易學)은 먼저 음양(陰陽)의 상(象)을 취(取)하고, 다시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속에서 초목(草木)․조수(鳥獸)․인신(人身) 등(等)의 물상(物象)을 취(取)하지 아니함은 아니나, 주(主)로 초목(草木)․조수(鳥獸)․인신(人身) 등(等)을 생성(生成)하는 본원(本源)이되고 있는 천지(天地)․뇌풍(雷風)․수화(水火)․ 산택(山澤) 등(等) 팔물(八物)의 상(象)을 취(取)한 것이다.

 

역(易)에「法象莫大乎天地 縣象著明莫大乎日月 = 법(法)과 상(象)이 천지(天地)보다 대(大)함이 없고 상(象)을 현(縣)하여 저명(著明)함이 일월(日月)보다 대(大)함이 없다」【註三】함은, 역학(易學)이 천지(天地)와 일월(日月)의 상(象)을 취(取)함을 말함인바, 뇌풍(雷風)은 기(氣)로서 천(天)의 작용(作用)을 행(行)하고 수화(水火)는 정(精)으로서 일월(日月)의 작용(作用)을 행(行)하고 산택(山澤)은 형(形)으로서 지(地)의 작용(作用)을 행(行)하고 있으므로 뇌풍(雷風)․수화(水火)․산택(山澤)은 천지일월(天地日月)의 상(象)의 속에 포함(包含)되는 것이다.

 

 

또 지(地)와 산(山)이 동일(同一)하고 수(水)와 택(澤)이 동일(同一)한 것이나, 이것을 모두 양물(兩物)로 구분(區分)한 것은, 산(山)은 지력(地力)의 발로(發露)하는 면(面)을말함이오 택(澤)은 수정(水精)의 응결(凝結)하는 면(面)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지(地)라함은 만물(萬物)을 함용(含容)치 아니함이 없고 만물(萬物)을 생성(生成)치 아니함이 없는 대지(大地)를 말함이오, 산(山)이라함은 강해(江海)와 대칭(對稱)하는 육지(陸地)의 뜻으로서 융고(隆高)․돈실(敦實)하여 만물(萬物)이 이에서 생(生)하고 이에서 종(終)하는 지표(地表)를 말함이며, 水라함은 상(上)의 운우(雲雨)와 하(下)의 강해(江海) 등(等) 유행(流行)하는 수(水)를 말함이오, 택(澤)이라함은 관개(灌漑) 진액(津液) 등(等) 자익(滋益)하는 저수(貯水)를 말함이다.

 

 

또 역학(易學)은 이 팔물(八物)을 인사(人事)에 의(擬)하여 천지(天地)를 부모(父母)라 하고 뇌풍(雷風)을 장남장녀(長男長女)라 하고 수화(水火)를 중남중녀(中男中女)라 하고 산택(山澤)을 소남소녀(少男少女)라 한바, 물(物)의 화생(化生)하는 순서(順序)는 음성(陰性)과 양성(陽性)이 상교(相交)하는 때에 처음에 양성(兩性)의 기(氣)가 상감(相感)하고 다음에 양성(兩性)의 정(精)이 상취(相聚)하고 그 다음에 차세대(次世代)의 형(形)이 응성(凝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에 상감(相感)하는 기(氣)를 장남장녀(長男長女)라 하니 뇌풍(雷風)은 기(氣)이므로 장남장녀(長男長女)가 되고, 다음에 상취(相聚)하는 정(精)을 중남중녀(中男中女)라 하니, 수화(水火)는 정(精)이므로 중남중녀(中男中女)가 되고, 그 다음에 응성(凝成)한 형(形)을 소남소녀(少男少女)라 하니 산택(山澤)은 형(形)이므로 소남소녀(少男少女)가된다. 부(父)와 삼남(三男)은 양성(陽性)의 노장중소(老長中少)이오 모(母)와 삼녀(三女)는 음성(陰性)의 노장중소(老長中少)이니, 천지간(天地間)에 생장로사(生長老死)하고 있는 만물(萬物)을 분류(分類)함에, 양성(陽性)의 노장중소(老長中少)와 음성(陰性)의 노장중소(老長中少)의 팔류(八類)는 만물(萬物)의 전형모(全形貌)를 상(象)한 것이다.

 

이와 같이 천지(天地)․일월(日月)․뇌풍(雷風)․수화(水火)․산택(山澤)은 만물(萬物)을 생성(生成)하는 본원(本源)이 되는 동시(同時)에 또한 만물(萬物)의 생성상태(生成狀態)를 상(象)한 전형모(全形貌)가 되는 것이니, 그러므로 역학(易學)이 취(取)한바의 팔물(八物)의 상(象)은 천지만물(天地萬物)의 조직(組織)되고 운행(運行)하는 자연법칙(自然法則)의 대종(大宗)이 되는 것이다.【註四】종래(從來)에 역학(易學)이 세인(世人)의 관심(關心)으로부터 소원(疏遠)된 것은 그가 점서(占書)로 알려진 때문이다.

 

 

역학중(易學中)에 문왕(文王)의 괘사(卦辭)와 주공(周公)의 효사(爻辭)는 점서(占書)로 되어있다. 그러나 역(易)에「夫易開物成務 = 그 역(易)은 물(物)을 개(開)하고 무(務)를 성(成)한다」【註五】하여, 역학(易學)은 사회(社會)의 문물(文物)을 개명(開明)하고 세무(世務)를 성수(成遂)하는 학문(學問)임을 말하며, 또 그 점사(占辭)는 속간(俗間)에 유행(流行)하는 점술(占術)의 유(類)와는 그 취지(趣旨)가 전연(全然) 다르다. 역(易)의 점사(占辭)는 시(時)와 처소(處所)에 따라서 사람의 처신(處身)하는 방도(方途)를 지시(指示)하고, 비록 과구(過咎)가 있더라도 회개(悔改)하면 점차(漸次)로 길(吉)에 나아가고, 비록 경상(慶祥)이 있더라도 근신(謹愼)치 아니하면 점차(漸次)로 흉(凶)에 향(向)한다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恒常) 계구(戒懼)하여 과오(過誤)를 범(犯)치 아니하게 함이 점사(占辭)의 본지(本旨)이니 이 점사(占辭)는 심신수련(心身修鍊)의 성훈(聖訓)이오 의혹부정(疑惑不定)한 일을 부석비판(剖析批判)하여 정중(正中)한 향로(向路)를 지시(指示)하는 양사(良師)이다. 더욱이 공자(孔子)가 여러 익전(翼傳)을 지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의 뜻을 해설(解說)하여 인생사회(人生社會)의 진퇴소장(進退消長)과 성쇠존망(盛衰存亡)하는 법칙(法則)을 천명(闡明)함으로부터, 역학(易學)은 완전(完全)히 인생사회(人生社會)의 생존법칙(生存法則)과 정치원리(政治原理)를 개시(開示)하는 학문(學問)이 된 것이다.

 

 

역리(易理)와 정치(政治)

 

그러므로 역학(易學)은 천지만물(天地萬物)이 공간적(空間的)으로는 여하(如何)히 구성(構成)되고 여하(如何)히 운동(運動)하고 또 여하(如何)히 서로 관섭(關涉)하고 있으며, 시간적(時間的)으로는 여하(如何)히 운행(運行)하고 여하(如何)히 변천(變遷)하고 또 여하(如何)한 단계(段階)로 추이(推移)하고 있는가를 관찰(觀察)하여, 그 상(象)으로써 조직(組織)․운행(運行)의 법칙(法則)을 밝히고, 그 법칙(法則)을 인생사회(人生社會)의 생존사업(生存事業)에 적용(適用)하여 인생사회(人生社會)로 하여금 천지(天地)로 더불어 함께 영원(永遠)히 생존(生存)케 하는 것이니, 이것이 역학(易學)의 본지(本旨)이다.

 

소위(所謂) 학술(學術)이나 정치(政治)같은 것도, 그것이 인생사회(人生社會)의 영원(永遠)한 생존(生存)을 도모(圖謀)하고, 그 사회내(社會內)에서 필부필부(匹夫匹婦)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생존(生存)의 즐거움을 안향(安享)케하는 사업(事業)이오, 이 사업이외(事業以外)에 따로 학술(學術)이나 정치(政治)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역학(易學)은 사람으로 하여금 천지(天地)의 법(法)과 상(象)을 본받아서 사람된 도리(道理)를 다하고 삼재(三才)의 위(位)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삼재(三才)라 함은 상(上)에 천(天)이 있고 하(下)에 지(地)가있고 그 중간(中間)에 사람이 직립(直立)하여 천지(天地)를 연결(連結)하고 있으므로 천(天)․지(地)․인(人)을 삼재(三才)라 하는데, 원래(元來) 만물(萬物)은 모두 천(天)을 부(父)로 하고 지(地)를 모(母)로 하고 그 중간(中間)에 자녀(子女)로서 출생(出生)함으로 부모(父母)인 천지(天地)와 자녀(子女)인 만물(萬物)을 합(合)하여 삼재(三才)라 하는 것이나, 동식물(動植物)은 우매(愚昧)하여 천지(天地)의 법상(法象)을 본받지 못하고 오직 사람이 최령(最靈)하여 능(能)히 천지(天地)의 생존법칙(生存法則)을 본받을 수 있으므로 만물중(萬物中)의 최장자(最長者)로서 삼재(三才)의 위(位)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사람의 형체(形體)를 가지고 있는 것만이 사람된 도리(道理)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천지(天地)의 생존법칙(生存法則)을 본 받아서 사회(社會)의 생존사업(生存事業)을 개성(開成)하는 때에 비로소 삼재(三才)의 位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학(易學)은 역(易)에「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 = 천문(天文)을 관(觀)하여 써 시변(時變)을 살피고 인문(人文)을 관(觀)하여 써 천하(天下)를 화성(化成)한다」【註六】함과 같이, 천지(天地)의 운행(運行)․변화(變化)하는 상(象)을 살피는 천문학(天文學)인 동시(同時)에 또한 인세(人世)의 생활(生活)․문화(文化) 등(等)을 보아서 써 사회(社會)의 생존사업(生存事業)을 성수(成遂)하는 인문학(人文學)이다.

 

 

천지(天地)의 자연법칙(自然法則)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하고 지미지선(至美至善)하여 능(能)히 미리(美利)로써 천하만물(天下萬物)을 이(利)하게 하고 있는지라, 사회(社會)의 생존사업(生存事業) 특(特)히 전국민(全國民)의 살림을 맡아 보는 정치(政治)는 반드시 이 법칙(法則)을 본받은 연후(然後)에 비로소 영원(永遠)히 생생(生生)․존존(存存)할 사회(社會)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註一. 繫辭下傳 第一章

註二. 繫辭下傳 第三章

註三. 繫辭上傳 第十一章

註四. 팔물(八物)의 이(理)를 인신(人身)의 병리(病理)에 응용(應用)한 것은 한의학(漢醫學)의 음양(陰陽)․허실(虛實)․한열(寒熱)․표리(表裏)의 팔요(八要)이니, 천(天)은 양(陽)이오 지(地)는 음(陰)이므로 음양(陰陽)은 천지(天地)의 이(理)를 취(取)한 것이오, 허(虛)라함은 정기(正氣)의 부족(不足)함이오 실(實)이라함은 병사(病邪)의 기(氣)의 유여(有餘)함이니 허실(虛實)은 기(氣)의 작용(作用)이므로 뇌풍(雷風)의 이(理)를 취(取)한 것이오, 한열(寒熱)은 수화(水火)의 이(理)를 취(取)한 것이오, 표(表)라함은 병사(病邪)가 외부(外部)에 있음이오 이(裏)라함은 병사(病邪)가 내부(內部)에 있음이니, 표리(表裏)는 병사(病邪)의 소재(所在)한 위치(位置)의 형(形)을 말함이므로 산택(山澤)의 이(理)를 취(取)한 것이다.

註五. 繫辭上傳 第十一章

註六. 賁卦彖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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